일상낙서/일상조목의 일상낙서

코로나와 함께 살기

ChoShua 2022. 3. 25. 23:00
1. 큰 아이 예성군의 목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져서 아빠가 같이 자기를 원한다. 아이가 아픈데다 아빠를 원하니 손을 잡고 잘 수 밖에 없다. 
2. 몇 일 뒤 나의 목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엊그제 처가댁에도 다녀왔는데, 투석중인 이모부도 교회를 다녀가셨는데, 이제 70대에 접어드신 부모님, 울산지역의 한 지국을 지국장으로 일하시는 성도님, 함께 아침에 축구했던 목사님들... 모든 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래, 아닐꺼야! 아니어야 해! 다행히 자가키트는 한 줄로 나타난다. 
3. 다음날, 둘째 아이 은민군이 갑자기 열이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두통끼도 있다. 아내와 아이가 병원에 들어가고 바깥에서 기다렸다. 곧 아내가 아이와 함께 돌아오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두 줄. pcr 검사장으로 향했다. 내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4. 결국 둘째 확진. 남은 세 명의 식구도 자가키트로 일차적으로 진단을 했다. 첫째는 뚜렷한 두줄, 나는 희미하게 두줄이 나타난다. 아내는 괜찮다. 격리자 가족이라 세명 다 pcr검사장으로 향했다. 내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5. 첫째 확진. 일상조목 확진. 아내 음성. 아내가 가장 먼저 걸려도 걸렸을법 한데 자신만 음성이 나오자 슈퍼면역이 혹시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휩싸인다. 
6. 세 명의 확진자를 돌보느라 아내가 고생이 많다. 두통과 피로감, 집중력 상실, 입맛 상실... 코로나 불청객은 예상보다 쎄다.
7. 3일 뒤 가족들을 잘 돌보던 아내에게 이상 징후가 찾아온다. 우리가 거쳐가고 있는 그것들에 더해져서 근육통까지 온다. 슈퍼면역자 아닐까 하던 근거없는 자신감에 차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약간의 기운을 차린 내가 밥을 짓고 요리를 하는 상황으로 입장이 뒤바꼈다. 
8. 부스터샷 까지 맞은 나, 2차 접종까지 백신접종을 마친 아내는 빌빌 거리면서도 집안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두 아이는 입으로는 아프다고 하는데 너무 신나게 논다. 학교를 합법적으로 가지 않는 제2의 봄방학이다. 여차하면 그동안 더디었던 게임들의 레벨을 바짝 끌어올릴 태세이다. 
9. 이제 약 1시간 뒤면 지루했던 코로나 격리시간이 끝이 난다. 때로는 마스크를 2개 쓸 정도로 신경을 쓰면서 잘 방어해 왔지만 아이들이 걸려와서 옮겨버리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최선을 다해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늘 생기기 마련이다.
10. 어제 자정에 격리 해제된 둘째가 간식 심부름을 다녀왔다. 벌써부터 자기 용돈으로 쏘기도 하는거보니 섬김의 삶을 잘 배워가고 있나보다. 바깥세상은 괜찮냐고 바깥공기는 괜찮냐고 아이에게 물어본다. 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일주일 집안에만 있다보니 바깥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는데 내일 바깥공기가 기대가 된다.
11. 몇 주 전 지인 중 확진자가 되었었던 친구가 격리기간 중에 그렇게나 맛있는게 먹고 싶다던데 나 또한 상큼하고 시원한게 그렇게 먹고 싶었다. 마치 군대에서 훈련소 입소 후 실무로 가거나 휴가를 나가게되면 세상에 있는 모든 음식을 모조리 먹어치우겠다고 다짐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12. 경험을 해보니 코로나가 감기와 비슷하다 뭐다 하더라도 그건 철 없는 소리였다. 코로나는 안 걸리는게 제일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걸리게 되면 침착하게 잘 대처하면 된다. 전 세계가 2년간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한 상대이니 만만찮다. 그러나 2년간 힘들게 백신까지 맞아가며 노력한 덕분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겨낼 수 있는 상대이니 잠도 푹 자면서 쉬고, 물도 많이 마시고, 잘 먹고, 약도 잘 복용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면 된다.
13. 증상은 우리 4식구만 하더라도 조금씩 다 달랐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 다르게 나타나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니 카더라통신은 접어두고 의사선생님에게 자신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스스로가 잘 파악해서 알려주면 그것에 맞는 처방에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제발 본인이 의사가 되거나 유튜브, 지인들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  
14.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 기간에도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을 가지고 의미있는 묵상의 글을 남기기도 하던데 나의 경우 코감기 기운이 심했기에 맹하고 몽롱한 상태가 오래갔고 앉거나 누우면 약기운인지 잠이 들어버려서 대단한 글을 남기지는 못할 것 같다. 목사 이지만 소위 말하는 대단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영빨? 같은건 없기에 더욱 더 그러하다. 
15. 코로나를 오랫동안 무시하며 만나지 않으려 애를 썼건만 결국 초대하지도 않았던 손님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손님은 잘 알려진 것처럼 온 가족들을 들들 볶다가 떠나갔다. 그럼에도 충격이 컸던지 녀석의 잔재가 남아 있다. 아내는 여전히 답답해하고 잔기침을 해댄다. 나도 원래 안좋았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조금만 안 좋은 느낌이 나면 모든게 코로나 때문인 것 같다. 
16. 어쨋든 이 또한 지나갔다. 가족이 함께 격리되어 일주일간 동거동락하며 잘 견뎌냈다. 우리 때문에 옮게 되신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도 매일같이 전화 드리며 상태를 여쭤보고 기도하며 응원하며 함께 견뎌냈다. 
17. 아픔의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셨다. 절망이 아닌 소망을 주셨다. 뭘 대단한걸 하지 않아도 일상이 복음에 물들어 있을 때에는 평범해 보여도 비범함으로 버텨내는 끈기가 생기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은혜 은혜라고 외치는 찬양이 참으로 들어맞는 코로나와 함께 살기 기간이었다. 
18. 어서빨리 이노무 불청객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드문드문해지기를 바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