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누림교회

천하보다 귀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다! 본문

일상낙서/일상조목의 일상낙서

천하보다 귀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다!

ChoShua 2022. 1. 29. 13:10

나는 개척교회 목사이다. 소위 맨땅에 헤딩을 한 개척교회 목사이다. 
뭔가에 이끌리듯 개척을 시작하게 되었고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니 뒤로 무르기 힘든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연하게 코로나19는 없어지겠지 생각했지만 코로나19는 언제 없어질지 막막하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개척이라 부르기도 한다. 

개척교회에 멤버십은 가장 중요한 필요이다. 

얼마전 개척을 하신 한 형님 목사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은 큰 액수의 재정과 성도 한 명 중 선택하라면 너무나도 쉽게 성도 한 명을 선택할 것이라 했던 기억이 난다.

나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교회를 시작할 시점에 이전에 마음을 다해 섬겼던 교회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조용하게 준비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환경상 사람들에게 함께 해달라는 부탁도 떠들썩하게 할 수 없었고 

기질상으로 그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어색한 사람이다. 
편한 지인들에게 겨우 용기 내어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를 보면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게다가 전도해야 할 대상들인 이웃들이 함께하는 네이버 아파트 카페에서는

조용한 활동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더더욱 소극적으로 변해버렸다.

아무튼 이런 나의 모습 그리고 상황과 상관없이 성도를 맡기시고 보내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예배를 드리는 일에, 또 다른 맡겨진 일들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이런 저런 애를 쓰면서 그렇게 1년이 지나왔다. 

지나온 시간동안 놀라운 것은 우리 가족만 예배를 드린 주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웃하던 군선교사님 가정이 군부대에 출입하는 일이 막혀서 11개월 가까이 함께 예배를 드렸고 

부모님도 우리 동네 근처에 방을 하나 얻으셔서 언젠가부터 예배를 함께 드리기 시작했다. 

정말 간간히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본인 교회에 가는 것을 놓쳐서 오신 분들도 계셨고,
이유없이 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귀한 지인분들이 와서 함께 예배를 드리며 힘을 실어 주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큰 은혜의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예배 때 예배를 진행하면서 말씀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의 눈은 출입문을 
향할 때가 많았다. 혹시 누가 올련가? 누가 오면 어떻게 맞이하지? 
전날 꿈을 꾸기도 했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함께 예배하는 꿈을.
몇주 전, 변함없이 복잡한 마음으로 예배를 준비하던 나에게

하나님께서 예배당 출입문과 성도가 오는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 

하나님의 임재와 하늘 문을 바라볼 것에 대한 도전이 주셨다.

그 도전은 다시 힘을 내게 했고 반응하게 했다.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찬양과 말씀에 집중하는 일을 점검하며 예배를 준비했다. 
이렇게 몇 주간 예배를 드리는 것의 기쁨을 갈망하며 추구했지만

여전히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주일들이 반복적으로 흘러갔다. 

 

겨울의 중반을 한참 달리는 지난 주일 다시 예배의 시간이 찾아왔다. 

막 찬양을 시작하던 시점에 평소보다 약간 늦게 부모님이 도착하셨다. 

그런데 뒤이어 한 분의 낯선 여성분이 들어오셨다. 
예배가 시작되었기에 대화를 할 순 없었고 중심을 잡고 예배에 최선을 다했다. 
늘 부족함이 있고 스스로는 만족할 수 없는 말씀 시간도 마음을 다해 임했다.   

시간이 되어 예배가 마친 뒤 인사를 나누었다. 

어떻게 오셨는지를 물었다. 
지난 주 아파트에 이사를 왔고 주중에 한 교회에 다녀왔다가 한 곳 더 들렀는데 우리 교회였다. 

그런데 예배 가운데 감동이 있었고 여기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들어서 등록을 하고 싶다고 하신다. 
등록? 등록이란 말은 1년이 조금 넘을 때까지 처음 듣는 단어였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 

물론, 1차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얻는 영혼에 해당되는 말이지만
한 영혼의 무게감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표현에 대해 개척을 해보니 맨땅에 헤딩을 해보니 

절절하게 깨닫고 느끼게 된다. 
예배당의 문이 열리고 들어오셨던 성도님을 천하가 들어왔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기뻤고 신났다. 

그런데 그분이 등록이라니. 와우. 

 

주일 오후가 이처럼 내내 들떤 기분으로 지속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월요일 눈을 떠도 기쁨이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슬슬 어깨가 무거워진다. 선의의 부담감이 생긴 것이다. 
최근 드린 기도는 어떻게 교회에 변화를 줄까요? 시기와 방법을 묻는 기도가 주였다. 
그런데 이번 주는 성도님을 위해 교회를 위해 기도하게 되는 기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햇병아리 담임목사, 개척목사는 이렇게 배우고, 이렇게 사나보다.  

'일상낙서 > 일상조목의 일상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와 함께 살기  (0) 2022.03.25
기다린다  (0) 2022.02.26
목소리가 잘 안들립니다!  (0) 2022.01.25
내 탓이오 라는 기본기  (0) 2022.01.19
에세이)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0) 202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