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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낙서/일상조목의 일상낙서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ChoShua 2022. 5. 14. 00:47

부제 :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이여~

 

지난 주 금요일에는 큰 처제 식구들과 우리집 식구들이 함께 장인어른, 장모님 어버이날 식사와 축하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 년째 귀국하지 못하는 막내처제 부부는 일본에서 영상통화로 참여했습니다.  

토요일에는 동생네와 울집 식구들이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어버이날 식사와 축하 시간을 가졌습니다. 

늘 아들로, 사위로, 며느리로, 큰 딸로 부족함이 많지만 작은 것이라도 정성껏 섬기려는 마음을

기특하고 고맙게 여겨주시는 양가의 부모님들이 그래도 건강하게 지금까지 

함께 하실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복에 겨운 일인지 깨달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행사를 이틀간 잘 마치고 주일준비 마무리를 위해 토요일 저녁 교회 사무실 책상에 앉으며

어머니께 잘 들어왔노라 전화를 드리는데 목소리가 조금 수상한 것이었습니다. 

주일사역에 지장이 있을까봐 뭔가를 숨기고 계실게 뻔하니 추궁을 한 끝에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호흡에 약간 곤란이 오셔서 4-5분간 두 분이 초긴장을 하셨고 조금 안정이 되어 바람을 쇠러 잠시 편의점에 가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단 괜찮으시니 혹시나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면 주일사역 생각하지 말고 바로 전화를 아들에게 하고

필요하면 119도 바로 불러야 한다고 알려드린 다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의 아버지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병원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으니 늘 설득이 필요한 일인데

다음 날이었던 주일 예배 후에 일주일 전쯤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으셨다는 이야기를 추가로 듣고

아버지를 잘 설득 하고 월요일 아침에 병원으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최근에 큰 스트레스를 받으신 일이 있어서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다고 안심을 시켜 드리고 (저도 안심을 하고)

그럼에도 심장쪽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으니 검진한다고 생각하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다음날 오전이 되었습니다. 울산 시내에 있는 괜찮은 심장내과를 선택한 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주차가 마땅하지 않아 주차장을 문의한다고 전화를 했는데 난감한 대답을 듣게 된 것입니다.

초진인 경우 오전 진료는 마감되었고 오후에 다시 와야 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일정이 오후부터 시작 되셔야 했기 때문에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안심하고자 아버지가 좋아하는 무거동의 떠오르는 가정의학과 병원인 아이좋은병원(원장 : 권병훈 선생님)에 들러서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고 하였습니다.  

역시나 권선생님도 빠른 시일에 심장내과 진료를 받아보시면 좋겠다는 의견을 해주셔서

아버지도 상황을 쉽게 생각할 수는 없다고 인지를 할 수 있었고 최대한 빨리 다시 진료 받는 것을 마음으로 확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 그러니까 오늘 아침 아이들 등교를 조금 빨리 시키고 지난 번과 같이 시간을 놓치면 안되니

병원 오픈 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서둘러서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먼저 올려 보내고 접수를 하셔라고 한 다음 지정된 주차장을 찾아서 주차를 하고 올라가 보았더니 환자들이 북적거렸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접수가 잘 진행이 되어져서 심전도 검사를 하고 혈압을 재고 동맥혈관관련 초음파 검사를 받고 2시간 가량 병원에 머물다가

의사 선생님의 진료 소견을 듣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 아버지의 심장을 비롯한 다른 부분의 건강은 양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현상들이 있었는가? 의사 선생님의 소견은 화를 참아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혼자만 지고 살아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해소가 되지 않으니 몸으로 반응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목회자의 길을 걷는 아들 덕분에 노년에 아들 덕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닌 부모 덕을 주고 싶은 그 마음…

한 평생 반려자인 아내가 노년이 되면서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더 잘 해줄 수 없는 미안함으로 돌보는 그 마음...

코로나 이전부터 돌파하기 쉽지 않았던 조경사업이 앞으로도 장미빛 미래라 볼 수 없기에 찾아오는 불안한 그 마음...

최근에 있었던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어떤 사건...

이러한 마음의 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져서 답답함으로 그렇게 표출 된 것이었습니다…

 

병원에 다녀오면서 아버지를 내려 드리고 어머니와 잠시 얼굴 마주 한 뒤, GCM 운영위원회 모임에 참여 한 뒤에서야

교회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주문했던 포토존 현수막이 도착했습니다.

최근에 자모실을 만들면서 예배당의 강대상 위치를 바꾸었는데 원래 강대상 뒷배경이 이제는 옆 벽이 되었기 때문에

현수막을 '꽃길로 걷자' 포토존으로 화사하게 바꿨는데 달고나니 무거웠던 마음이 더 가벼워지며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찰나 팀 켈러 책을 몇 권 주문한 것도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현수막 맞은편은 벽걸이 책꽂이가 있는데 비어있는 위쪽을 활용해야지 싶어 시리즈 책들을 위에 놓으면 되겠다 싶어

시리즈로 된 강해집을 옮겨 올려놓고 속으로 괜찮네 이러며 내려와서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책꽂이가 무너지면서 모든 책들이 쏟아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앞에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거기로 떨어졌지만 순간적으로 그걸 잡으려하던 저의 팔에는 약간의 타박상이 생겼습니다.

불과 몇 미터 앞에는 2호 성도님 큰 딸 하은이랑, 울집 둘째 은민이가 서 있었는데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소리가 엄청 컷던지 상가 옆 이웃인 수학학원 원장선생님도 무슨 일인가 해서 달려 올 정도였습니다. 

'꽃길만 걷자'를 걸어 놓았는데 '가시밭길'이 눈앞에 생겨버렸지 뭡니까? ㅎㅎㅎ

그럼에도 아내와 저는 오히려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왜 인줄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긴 사연을 겪으며 문득 한 가지 생각으로 모아지는 것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무거운 주석들 위주였던 몇 백권의 책들이 놓여 있던 책꽂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철거를 하지 않는한 그자리를 잘 지켜 줄것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무거운 책들을 조금 더 올려 놓으니 그냥 확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 책꽂이는 사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겨우 겨우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 여전히 조경업을 하시면서 손수 노동일을 하십니다.

칠순이 넘어셨는데도 팔뚝을 보면 여전히 우람합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그 위에 무거운 책들을 올려 놓으면 안되는 그런 상태이셨던 것입니다. 

물론 스스로 자처하신 면도 있으시지만 더 이상 오버해서는 안되는 상태이셨던 것입니다. 

겨우 겨우 버티고 있었던 아버지를 생각하니 아들로서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책꽂이처럼 무너지지 않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처럼 어쩌면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 분들이 참 많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잘 웃고, 씩씩하게 보이고, 괜찮아 보일수록 더 그렇지 않을까 말이지요. 

우리 모두는 모든 짐을 다 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연약함이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삶의 짐이라는 것이, 삶의 무게라는 것이 겨우겨우 버텨가며 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우리에게 복음이 필요하고 주님이 필요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대신하시는 분이라는 사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초대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은

위대한 소식이며 가장 반가운 소식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품어주고 위로해야 할 이유도 사랑의 복음, 은혜의 복음, 긍휼의 복음 때문이지요.  

 

지금, 여러분들의 부모님께 전화 한 통이라도 걸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지금, 여러분들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의 친구에게, 동료에게, 성도들에게 

괜찮다고 수고했다고 사랑한다고 힘내라고 그렇게 말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기독 공동체는 위로의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되어집니다. 

화사한 꽃길만 걷자 포토존입니다. 복음으로 걷는 삶이 꽃길을 걷는 삶이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아이들 벌서는게 아니라 자기들이 취한 포즈입니다.
2호님의 큰 딸 하은이와 나의 사랑 나의 안해.
많은 생각을 하게한 무너진 책꽂이입니다. 로켓배송으로 튼튼한 앵글선반을 주문해서 얼른 공사해야 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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