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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ChoShua 2022. 1. 3. 12:03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쿠*의 로*배송은 정말 빠르다.
깜빡하고 낮에 구매하지 못한 물건들을 자정 전에만 결제하면
다음날 (로*와*는 심지어 새벽에 ㅎㄷㄷ) 도착하게 해주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니
이렇게 빠른 배송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희생이 요구되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희생은 회사가 요구하는 희생일 수도 있고, 가족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빠른 배송 서비스가 주는 편리함과 신속함에 맛이 들어 이제는 멈출 수 없게 된 어느 누군가의 요청들은
돈을 벌기 위한 회사나 돈이 필요한 노동자들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사각지대로 나가게 되는 명분을 부여한다.  
우리는 종종 뉴스를 통해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노동자들의 피해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누군가의 만족을 위한 빠름이 또 다른 누군가가 희생을 경험하게 되는 실제의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어떤 부분에서 빠른 것은 편리하다. 유용하고 필요하다.
특히, 초각을 다투는 일들은 빨라야 한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빠른 조치와 대처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데에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지 않다.
배가 침몰하는데 느림의 여유 따위는 쓸모없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최대한 빠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빠름에도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정확해야 한다.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구하겠다고 빨리 뛰어들면 같이 죽는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최대한 빨리 구조대가 오도록 혹은 구조물을 던져주는 일을 하는 것이 정확한 일이다.
배가 침몰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침몰을 막거나 사람을 구조하는데 빠르고 정확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세상은 빠른 것을 계속해서 자랑한다. lte통신망도 충분히 빠르지만 더 빠른 5g를 이용하라는 광고가 등장한다.
배송도 빠른 것을 자랑하고 음식도 빨리 나오는 것을 홍보한다.  
시험도 치자마자 합격자가 발표되고, 운전 에티켓이 부족한 몇몇 젊은이들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한 것을 자랑한다.
심지어 성경도 2배속으로 읽고 다독 한 것을 자랑한다.
30일 완성이니 60일 완성이니 빨리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디록 부추긴다.
빨리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담을 여기저기 다니며 성공에 이른 자신만의 노하우를 상품화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을 가르치기에 분주하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의 시대는 빠른 것이 미덕처럼 보이는 세상처럼 보인다.

비판적 사고가 늘 좋은 것은 아닐테지만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유용하다는 측면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하지만, 정말 빠름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과연 바른 방향일까?
빠름을 추구하다가 놓치는 느림의 미학은 없을까?

작년에 축구 할 때 입기 위해 축구용 운동복을 구입했다가 거의 3달만에 받게 되는 일이 있었다.
업체에 수십차례 전화를 했었다. 여름이 다 지나가면 반팔 유니폼을 입을 지경이었다.
몇번이고 화를 내고 싶었고 따지고 싶었지만 코로나핑계와 해외배송핑계를 듣고 나면 혀만 차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기를 여러차례 반복하다가 거의 3달이 지나가 버렸다. (결국 가을에 반팔을 받았다!)
끝무렵에는 거의 포기하고 그냥 물건 값 5만원을 사기 당한거라 여겼더니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결국 어느날 그 물건은 조용히 집문 앞에 도착했고
바른 배송물들과 같은 방법으로 포장을 뜯고 비닐을 뜯고
지나간 세월이 언제 있었냐는 듯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독하게 느린 배송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 2-3주의 해외배송도 지겹긴 하지만 견딜만해졌다.
계속된 번복으로(실은 업체의 거짓말) 지나치게 늦어진 배송일정이었기 때문에 주문취소를 요청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주문을 취소하기 보다는 느려 터진 일정에 적응해가면서 그 물건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생각하며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즐거움도 약간씩 느끼기 시작했고 (사실 모든 물건들이 받고나면 끝이지 아니한가?)
기다림을 통해 그 물건의 가치가 조금 더 더해진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그 이후 집의 쇼파를 한정된 예산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두 개의 물건이 대립이 되었다.
정말 맘에 드는데 시간이 걸리는 쇼파, 로켓 배송으로 내일 바로 올 수 있는 다른 대안의 쇼파!
그 둘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예전 같으면 급한 마음에 조금 덜 나아 보여도 내일 바로 올 것을 선택했음직한데
아내가 정말 마음에 들어하지만 시간이 제법 걸리는 쇼파를 선택하게 되었다.
늦게 오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쇼파에 누워 오랜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할 생각을 하니
그것이 더 큰 행복을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먹는 음식이 소화에도 좋고 영양소가 온 몸에 골고루 퍼지듯
장난꾸러기인 아이들을 여유있게 봐주고 인내를 가지고 참아주면 아이들이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게 되듯
느림 속에서 견딤 속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유익들을 건질 수 있게 된다.

주님도 벌써 2천년째 믿음의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시고 계신다.
코로나19도 횟수로 3년째로 접어들었다.
기다림은 길어 보이지만 오시면 정말 홀연히 모든 것들이 다 정리될 것이다.
잘 기다린 사람들은 잘 누릴 것이다.

빠름과 느림의 아름다운 조화 속에서 균형잡힌 삶을 살아가는
나의 삶이기를 바라며…